줄리언 반스의 맨부커상 수상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었다.
반전이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읽을 생각이 있다면, 리뷰는 찾아보지 않고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삐용삐용)
...........근데 난 변태같아서 리뷰를 다 읽어보고..... 결말까지 갔지요....
근데 정말 리뷰 몇개.. 하다못해 책 뒤에 추천사 같은 거 읽어보면 100%는 아니어도 반전의 촉이 온다... 주의.....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 책의 제목과는 완전히 다르게,
예감은 완전히!!! 틀린다.
예감이 틀리지 않기는 무슨?
다산책방에서 나온 책으로 역자의 말까지 다~해도 267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소설이기 때문에
하루 정도 투자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런데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는 책인 것 같다.
우선은 사용하는 언어가... 굉장히.... 지적이랄까? 하여간 어렵고 철학적인 투가 많기 때문에...
.....@_@
헿..
영국 꼬맹이들은 다 똑똑한가봉가...@_@ 하게 된다. (하지만 읽어가다보면 아... 허세구나... 싶기도 해진다.)
그리고 또한
특이하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구성인데, 2부까지 읽고 나면
다시 1부를 읽어보게 만든다! 그런 책이다.
정말 구성적으로 독특하고 그러면서도 완벽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뒤편이었나...? 상을 받기엔 너무 짧은 소설이라는 비평에 줄리언 반스는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다시 읽게 만들기 때문에 300페이지 짜리 소설이라고 반했다고 하는데...
ㅎㅎㅎㅎㅎ 자부심이 넘치시네.
하지만 맞는 말이다.
참~ 똑똑한 작가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엄청나게 든다.
책의 주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시간, 역사, 인간, 그리고 책임 정도일까?
아무튼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끌어내는 소설인데...
그것을 싣고 달리는 '이야기'는 요즘의 실태를 반영한건가 싶게 충격적인 반전(?)으로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평가절하...랄까..... '그래서 반전이 뭐지!!??'만 남기게 되는 느낌도 있고 (반전지향주의..?)
반대로 그런 반전 때문에 그다지 좋은 책은 아닌 것 같기도 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리고
잘 읽히지 않는 문장이어서, 혹은 구조를 다시 끼워 맞추기 위해 앞으로 다시 가야한다는 점 말고도
나를 힘들어하게 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주인공인 토니가.... 정말 짜증나는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말 초강력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만났다.
본인은 본인을 굉장한 통찰력을 가진, 신사 (그래 영국인은 그게 문제야!!!)로 그려내고, 또 우리에게 주입시키고 있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의 됨됨이에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냄새가 폴폴 풍겨온다.
1부에 베로니카가 무슨 아버지 손을 탔을 애일지도 모른다고 자기 멋대로 상상하는 부분에서 이미... 역겨워졌는데...;ㅅ;
갈수록..... 야비하고, 비열하고, 거짓의 탈을 쓴 인간임이 느껴져서..
나레이터에게 동의할 수 없어져서 후반부는 정말 힘들었다.
소설에서는 별거 아닌 애피소드로 지나갔지만, 보험사와 일종의 힘겨루기를 할 때.
자랑스럽게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또 그걸 베로니카에게 전략이랍시고 쓰는 것이나..
그런 걸 보면...
참 치졸한 인간상의 비열한 자기 위안서,,,,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 그래서 어쩌면 제목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레이터인 토니가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히 자기 보호 본능에서 나온 말...?
어쩌면 나~중에 가서는 '그래 그집 엄마가 좀 이상하긴 하더라니까~ 내 예상이 맞았어' 따위의 말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에...
그러고보면
책 속에 모든 힌트가 있는 소설이다.
이런 토니의 인간상도, 본인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종종 진실을 고백할 때가 있다.
자기 보호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또한 이야기 자체에 대한 힌트, 복선은
1부에서 물론 넘치고 넘친다.
그 어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그리고 그 이전에 롭슨이라는 친구가 죽었을 때,
선생님과 역사에 대해 토론할 때.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반전에 이르렀을 때 소설을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부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줄리언 반스의 구성력이 돋보인다.
문학이란 ''처음-중간-끝' 거기에서 반점 하나도 빠져선 안된다'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똑똑한 작가야 역시...
그런데
토니의 변명이 시덥지 않고, 또 듣기 싫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안에서 상충하고 있는, 토니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있기는 하다.
바로 '책임'이라는 문제에서인데.....
토니가 남긴 그 저주 편지 그대로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의 인생이 흘러갔고, 에이드리언의 아들의 인생이 흘러갔지만,
아니 어쩌면 그보다 한 술 더떠서 더 큰 비극을 낳았지만,
그것이 온전히 토니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어쨌든 베로니카의 엄마를 만나 바람을 피운 건 에이드리언의 선택이 아닌가?
무심코 맞아 죽은 개구리에게 죄는 없지만, 에이드리언은 자기가 직접 돌에 머리를 박은 것이니까...
그래도 사랑한 연인을 가장 사랑한 친구에게 뺏긴 토니의 마음은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성을 잃고 저주를 쏟아부었다 한들 그게 실제로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최종적인 책임은 어쨌든 에이드리언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에이드리언이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빠지게 되었을지, 일기장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혜성처럼 나타났지만 결국은 사건에서 중요성을 잃은 비운의 일기장....ㅜㅜ)
아... 사랑이란 역시 이성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인건가..-ㅅ-
아 물론,
토니에게 일정의 책임은 있다.
바로 둔한 것.
무엇 하나 예민하게 받아들일 줄 모르고, 마음대로 결론을 내버리며, 또 그것이 맞다고 늘 자기 위안하는 그.
그리고 편지 자체도 잊어버리고,
세 명의 친구를 잊고, 베로니카를 잊고, 그렇게 둔하게 살아간 토니의 '무딤' 자체가 미안함을 느껴야할 요인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잔인한 것은
토니가 문학의 주인공이 되기엔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으로 세팅되어 있듯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무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 나 진짜 무딘데..... ㅎ........ 망......
그러고보면 1부에서 수도없이 던져지는 복선들을 무심코 지나간 뒤에
2부에 가서야 '헐!! 그런거였어??!!!ㅇ_ㅇ??!!'하게 되는 독자들의 '무딤'을 저격하고 있는 소설일 수도 있겠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입니다.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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