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인지 모르고 봤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바뻐져서 시간은 참 오래걸린 듯 ㅠㅜㅜㅜ
하루에 하나씩만 읽어도 12일이면 읽을텐데 그것보다도 더 걸렸다 ;ㅅ; 헿..
아무튼 단편은 잘 읽어본적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프레시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간결한 문체, 하지만 자세한 세부묘사가 돋보였다.
깔끔하지만 깊은 맛!!
게다가 번역은 김연수! 영문과 나오신지 몰랐쟈나여 ㅇㅅaㅇ.
번역의 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이 번역해주셨으면 좋겠다.... 아 글도 쓰셔야 하는데...
아무튼 다시 레이먼드 카버로 돌아와서...
공기를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시각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도 아니다, 시각! 아니 시점?)
어떤 사건을 다룬다기 보다는 그 사건의 묘사를 중점으로 한 짧은 이야기들...인데..
예를들면 '대성당'은 대성당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승전결로 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대성당에 관해 대화하는 한 시점을 표현하는 소설인 것이다.
이야기가 아닌 묘사이기 때문에 가끔은 지루하다가도, 어떨 때보면 멋지다 부럽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다한들
나같은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작은 변화, 작은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고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같은 시간을 산다고 하여도, 나보다 몇 배는 깊게 사고하고 느끼며 살 수 있을 사람....ㅜㅜ
그런점이 부럽다.
같은 시간을 좀더 짙은 농도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ㅠㅜㅜ
깃털들
체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조심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
모두 읽으면서는 (역시 단편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 응?? 그래서? 그게 뭐 어떻게 된건데?? 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여운이 깊게 남는 식이다.
문을 여는 첫 이야기 '깃털들'은 독특하고 맛깔나서 흥미를 끌고
어떨 때는 슬프기도 하고, 마음도 아프고 하다가
마지막 '대성당'에서는 어떠한 합일을 보고 감동할 수 있었다.
사실 '대성당'은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_? 어디서.. 읽었더라.
그런데도 감동적이다.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그'와 '그녀'들이 등장하고, 그와 그녀들은 대개 단절되어 있다.
서로 교류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우리들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결핍되고 모자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콕콕-찔린다.
하지만 마침내 '대성당'에서 합일을 이룰 때 오는 감동은..
대성당의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어쩌면 단편집에 등장하는 모든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들의 하나됨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따로따로 떨어진 이야기임이 분명한데도
어쩌면 긴 흐름으로 된 장편소설 같은 느낌도 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단절된 나 자신이 세상과 합일되는 느낌도 ....ㅋㅋㅋㅋ
맹인의 손을 잡고 맹인이 보는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은 아무래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손을 잡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와 교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직접 손을 맞잡는 것...
참 멋진 소설이었다!
"평생 대성당을 짓고도 결국 그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죽는다더군. 이보게, 그런 식이라면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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