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가을이 왔다-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만 했던 여름이 지나고,

온 몸으로 막아도 흐르는 계절은 이번에도 흘러 가을이 됐다.


어릴 땐 봄이 좋았는데 어느샌가부터 가을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가을이란 것은 여전히 쓸쓸하고 우울한 기분이다.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우울하기 때문에 가을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익숙하던 슬픈 음악이 다소 낯설고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이고,

늘상 부는 바람이 살갗을 스칠 때 그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열매를 맺는 계절이 아닌, 새롭게 느끼게 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은 많은 것들이 변했고, 나 또한 생경해졌다.

사회라는 것에 어느새 한 발 가까이 다가왔고

심적으로는 한 발 더 멀리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관계에 있어 실망하는 한편, 관계가 가지는 의무를 무시하는 내가 되었다.


어느 때보다 가장 병신같지만 희극적인 시간들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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