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외딴방을 읽었다.

오랜만에 한국 소설이고, 또 여성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외딴방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발간에 부쳐 한국문학의 ‘새로운 20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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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을 이제와서야 읽어보았다.

 

유려한 문장 덕에 빨려들어갈 듯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독특한 구성...

현재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인 '나'와 그 시절의 '나'이자 소설의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나오는데

단순한 구조이면서도 흥미로워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진짜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은건데...

역시, 작가의 문장력 만세이다.

국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그리고 이렇게나 한국의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다니...

 

 

읽는 중간중간 나도모르게 눈물이 핑-도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ㅠㅜㅜ

소설 인물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안된,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어서...ㅜㅜ

 

 

모두 자기 뜻과는 상관 없이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국가적 사회적 책임을 지고, 희생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여섯의 자녀를 기르는 시골의 아버지,

배우지 못한, 딸을 오빠들 밥순이로, 공순이로 보내야 하는 어머니,

장남으로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 그 때문에 여자와 헤어질 수밖에 없던 큰오빠,

동생과 집안을 책임져야만 했던 시절의 모든 언니들..

모두가 그 시절 우리 사회를 책임져야만 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숭고하기도 하면서도 안타깝다 ㅠㅜㅜ

그렇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외딴방 한켠으로 외면되어진 사람들.

 

에효 뭐이렇게 눈물 낼 일이 많은 나라에 태어났을까

 

 

 

아무튼 형언할 수 없이 좋은데,,, 나는 너무 졸릴 뿐이고..

짚어야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엄두도 안 날 뿐이고...ㅎㅎㅎㅋㅋㅋ콬ㅎㅋㅎ코코

 

 

김연수 작가의 원더보이를 읽었다.

리뷰에 스포 있음.



원더보이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2-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글을 쓰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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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잃는 끔찍한 사고 후, 전국민의 '원더'가 되는 '원더보이'의 이야기로 처음은 시작하는 듯 하다가..

중간중간 드러나는 80년대 사회와 국가, 권력에 대한 비판......

그러다가 어느새는 정훈으로 대표되는 평범한 소년... 아니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성장소설이다.


첫부분은 판타지적이어서 충분히 흥미로웠고, 하지만 계속해서 소위말하는 초능력자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며

세상에 맞서나갔다면 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능력'이 없다면 헤쳐나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까봐서.

'능력'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고 또 이겼다면.... 주인공이 승리했다는 통쾌함보다는 나는 특별하지 않아 저렇게는 못되겠지 하는 좌절감도 들기 때문에....?


그래서 (사실은 어릴 땐 누구나 가졌던 그 순수함이나... 희망 같은 것들) 그 능력을 어른이 되면 잃는다는 설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처음 기대한 바와 달라서 오히려 좋았던 케이스.


하지만 중간 부분에 판타지함이 사라지며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줄 때는 사실 좀 재미가 없...었...더랬다.

그 상황 자체가 답답하고 숨막히고..

그런데 그게 정말 이 땅위에 있었던 '현실' 이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섬뜩하고 무섭기는 하다.ㅋㅋ


짧은 소설 속에 그 시절의 모습이 요소요소 담겨있다. 다양한 부조리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속 진술에 녹아들어 있는데,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도 많이 하셨을 것 같고..

그래서 모르는 사람에게 가볍게, 그러면서도 집약적으로 그 시절을 알려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마 작가의 욕심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한 것 같다는 점.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캐릭터나 상황 심지어는 원더보이의 능력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이 든다.

그래서 조금은 읽다가 ...음? 왜? 하고 멈춰서게 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다.

간결하게 쓰고 싶으셨는지, 선뜻 이해가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특히 내가 아쉬운 건 캐릭터에 대한 것.

주인공 정훈과 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것들도 이렇게 마무리하기엔 너무 아까운 측면이 많고,

권대령의 이야기.. 특히 그가 왜 그런 삶을 살게 됐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금마한 힌트라도 들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만기에 대해서도, 희선과 재진 아저씨도... 많은 것들이 생략되거나 잘련간 느낌이 든다.

아마 작가 머릿 속에는 그들에대한 더 많은 이야기와 그림이 그려져 있을 텐데 ㅠㅜㅠㅜ

이렇게 끝내기엔 아쉬운 캐릭터들 ㅜㅜ

특히 희선이랑 재진아저씨였나가 갑자기 응....??? 어??


그리고 분명히, 훈교적인 소설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로다 ㅋㅋㅋ

나도 좀 그런건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적절히 판타지적이고, 또 감성이 촉촉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중간중간 쉬어가며 읽을 수 있었다.





좋았던, 혹은 이게 작가의 의도구나 하는 몇 부분들..


"두려움이란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걸 뜻합니다.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는 걸 뜻합니다. 눈이 보지 않고, 귀가 듣지 않고, 입이 말하지 않을 때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ㅝ하지 말라는 건 부정의 문장이 아닙니다. 그건 행동하라는 말입니다. 눈으로 보라는 것이고 귀로 들으라는 것이고 입으로 말하라는 것입니다. 용기를 내라는 말입니다. 일어서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캄캄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신부의 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조금은 너무 직접적인 서술같다 ㅋㅋㅋㅋ

하지만 어쨌든 성공적으로 뜻이 전달되는 부분인 것 같아서....ㅋㅋㅋ


"우주에 그토록 별이 많다면, 우리의 밤은 왜 이다지도 어두울까요?    그건 우리가 지구라는 외로운 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에 어림잡아 3천억 개의 별들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중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별은 현재로서는 지구뿐입니다. 그래서 지구는 고독합니다."

'우주에 그토록 별이 많다면, 우리의 밤은 왜 이다지도 어두울까?'라는 질문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ㅇ.ㅇ 헐 그러게? 많은 생각을 하게했던 구문같고, 특히 직접적이지 않아서 기분 좋았던 구절이다. 


"그러므로 1천65억 개 중의 하나라는 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걸 뜻한다./ 그렇다면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지구의 밤이 어두울 수는 없다./ 그건 나의 밤도 마찬가지다."

내 삶에는 온통 특별한 것들 뿐이라는 당연하지만 잊고 사는 진리를 다시 깨우치게 해주는 구절.


"그러므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안이 되기도 했다. 우리의 사회가, 우리의 삶이 어둡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직 젊고 앞으로도 성장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겠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서 마음에 쏙 든다.





그래서 다 읽은 뒤에 드는 느낌은 이건 정훈이라는 '원더보이'의 성장소설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성장을 담은 성장소설이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정훈은 완전한 어른이 아니라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청년이듯이, 우리 사회도 아직은 청년이다. 그리고 나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었다.

유명한 책이기에 예전부터 신경이 쓰여왔지만, 도전은 못해보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4-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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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는 .... 우울했다. 전후 작품이구나 싶더라.

어느 나라든 전후 작품이란 우울하고 인간이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하는 경향이 있나보다 ㅠㅜ

 

'인간 실격'이라니~ 주인공은 어찌하여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것일까~

사실 주인공의 심리나 사상에 많은 공감은 하지 못하겠더라.

 

우선은 굉장히 왜색짙은 사상이 뿌리깊게 밖혀있는 책이었다. 정사(情死)라든지 자살이라든지......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공감하기 조금 힘들었다.

 

 

이 책은 사건보다는 화자의 묘사와 생각, 사고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한 아이의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죽음까지를 다룬 이야기로, 그가 겪어 온 사건들이 나열되어 있고... 그 사건 사건을 겪으며 화자가 생각한 것들이 화자의 시점에서 쓰여있다.

 

사실은 좀 소름돋는 책이다~

특히 어린시절의 화자는............... 어떻게 꼬맹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지 싶을 정도로 소름돋는다.

아이이지만 전혀 아이같지 않다. 마치 어른을 포함한 인간들의 심리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들을 분석하고..

그러면서 인간 본질에 대해 논하고 그런 인간들의 비위를 맞추고 적응해 살고자 '익살'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런데 '익살'의 가면을 쓰고 가는 것이 이 아이만일까.. 우리 모두 '익살'의 가면을 쓰고 살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현대 사회, 인간의 본질에 대해 뜨끔하도록 밝혀내고 있기 때문에 '인간 실격'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주인공이 살아 온 충격적인 사건들.. 그리고 그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사건의 모습들.

사실 이런 1인칭 주인공의 시점 책을 읽으면.... 화자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번쯤 고민하게 되더라.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인생을 이렇게 만든 것이 그저 운명 때문이었을까~

주인공은 마치 '인간'들이 괴짜같고 이상하다고 말하지만, 그도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닌가 ㅠㅜ

모두 똑같이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간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데...

 

자신은 특별한 존재인 양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화자...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며 그가 보이는 모습은 그저 나약하고 겁많은 또 하나의 '인간'같아서 이다.

그가 서술한 모든 것이... 주인공 자신에게 유리하게 쓴 '변명'같다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처음엔 인간이라는 종족의 특성을 밝히고 그 이중성을 꼬집는 것도 같지만.... 어쨌든 주인공도 나중에는 처음엔 혐오하던 호리키와 어울리게 되지 않던가.

그 모든 것이 다른 인간들의 탓일까... 광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모두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주인공에게 꼬이는 여자들... 그 여자들 덕에 꼬여가는 인생은 자신의 잘생긴 외모 때문이 아니라 계속해서 여성들을 만나고 결국에는 "키스해줄까?" 따위의 멘트를 날리는 본인의 탓 아닐까 ㅜㅠ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지나치게 사회의 탓을 하는 것도 솔직히 보기 좋지가 않다.. 좀 꽁-한 느낌.

 

 

 

뭐 아무튼 그런 생각들도 들게 하는 책이었다.

주인공의 끊임없는 탐구 속에 얼핏얼핏 드러나는 잔인하고 냉철한 '인간'의 면모들, 그리고 아닌 척 하지만 남의 탓을 하고 자살이라는 도구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인간'에 대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인간 실격, 비록 주인공에게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읽음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되고 여러가지를 깨달을 수 있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드림빌더 독서소모임 덕에 오랜....만에 독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바이 동물원

저자
강태식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2-07-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동물원 같은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하여!제17회 한겨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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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조금은 만화책 같아 보이는 표지, 고릴라 탈을 쓴 뒷모습.

장난스럽고 가벼운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보였다.

그러나 역시 무서운 것은 가벼운 이야기 속에 담긴 무거운 우리 세상의 모습~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는 정말 많은 책이었다.

 

 

- 동물원?

 

작가는 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암시한다. 동물을 다룬다라... 우화 같은 이야기겠거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동물원이라면 꿈과 희망의 상징이지 않겠어?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쉽게 방심하고 책장을 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 사회'를 살아가며 '인간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발견한다. 끊임없는 경쟁과 배신, 돈이 최고가 된 물질만능주의. 이런 '인간 사회'에서 고통을 맛 본 사람들이 '인간 구실'을 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 바로 '동물원'이라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동물원'.. 과연 꿈과 희망의 장소일까? 이 책에서 동물원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원의 이름도 '세렝게티' 동물원이다. 자연인 척 하지만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위적 공간 '동물원'. 여기에서 동물원이라는 무대의 역설적인 모습이 극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에서 동물원은 여러번 독자를 배신한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사실은 동물의 탈을 쓴 인간들이다. 또한 동물원은 철저한 성과급 체제로 이루어져있어 동물들은 위험한, 혹은 무모한 과제를 성공해야 비로소 '인간 구실'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물원은 인간 사회, 직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차가운 '현실 사회'이다.

 

특히 동물원에서 동물로 일한다는 것은 하나의 '서비스업' 종사자가 되는 것에 불과하다. 작품에 언급되었듯 사람들이 동물원에 가는 이유는 자연 그대로의 동물을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모습의 동물을 보기 위해서이다.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엄연히 인간인 그들은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을 흉내낸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아닌가...? 이런 모습을 보며 기분이 떨떠름해졌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회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나를 연기하는 것... 결국 우리 사회 아닐까.

 

 

- 고릴라?

 

하지만 웬일인지 '인간 사회'를 그대로 투영하는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간 사회의 부조리함을 자각하고 각자의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왜? 무엇이 진짜 인간 사회와 다르기에 그들은 이 사회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

그건 아무래도 이들 동물들 사이에서 어떠한 유대감과 공감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은 각자의 이유로 진짜 사회에서 분리되었고 인간이면서도 고릴라를 연기했다. 비록 연기이지만 조금이라도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사는 동안 그들 사이에 어떠한 신뢰가 쌓인 것이 아닐까. 혹은 자연 본연의 도리를 회복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현대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쟁구도가 동물원에서 일하는 고릴라들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예로 등장인물 조풍년씨가 허리를 다쳤을 때 다른 동료들이 그를 대신해 버튼을 눌러주기도 하였고 또한 만딩고가 동물원을 떠난다고 했을 때 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를 저지하려 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동물원'이 인간 사회의 매정한 규칙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속에는 진짜 인간 사회와는 다른 어떠한 '정'이 존재했고,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 콩고?

 

작가가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은 바로 콩고, 즉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금은 판타지적이지만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은 바로 콩고로 설정된 공간이다. 때문에 사회의 쓴 맛과 고독의 정점을 경험한 동물원 사람들은 만딩고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문명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콩고로 떠나 진짜 동물로서의 삶을 산다.

 

그곳은 돈도 경쟁도 없는 곳으로, '사람 구실'을 하겠다고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동물로의 삶을 살지만 실은 진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콩고로 떠나는 것은 너무나 도피성 짙은 해결방안이라는 것이다...ㅠㅜ

전반적으로 작품 속에서 작가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잘 짚어냈고 풍자해 놓았는데 궁극적으로 제시한 해결이 너무 초현실적이라 김이 빠졌달까. 사회가 썩어 빠졌다고 모두가 이걸 버리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떠한 문제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포기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수 있게 방법을 제시하고 노력해 나가는게 좀더 성숙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이 아닐까.

 

 

- 각자의 결말

 

만딩고는 콩고로 떠난다. 가장 행복한 세계로 묘사되는 자연으로.

하지만 주인공 영수는 동물원에 남는다. 그 둘의 차이점은 뭐였을까, 바로 영수에겐 부양할 부인과 뱃속의 아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에서 알고는 있지만 떠날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어쩌면 더 현실적이기에 공감이 간다. 아무래도 작가가 영수의 결말을 참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어찌됐든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이 사회에 남게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영수는 동물원에 남게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특히 그 전까지 영수의 시점에서 서술되던 것이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지적인 시점으로 변화하여 세렝게티 동물원의 고릴라를 설명한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를 통해 여기 나오는 영수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책을 읽고있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등장인물인 조풍년씨는 외상으로 인한 정신문제로 동물원은 그만두지만 동물원과 다를 바 없는 고깃집 영업일을 하게된다. 이번에는 고릴라가 아닌 돼지 탈을 쓰고... 그는 처음부터 인간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인간 사회'보다는 상호 신뢰가 있는 '동물원'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도 결국은 궁극적인 단계의 자연으로 가지 않고 '동물원'에 머무르는 것을 택한 건 아닐까~

 

가장 의아한 캐릭터는 역시 앤이다. 앤은 결국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 그녀는 '동물원'에서 다시 '사회'를 택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주인공에게 '영희언니'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철저히 진실을 숨긴다. 그리고 겉으로는 더이상 영희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여전히 무협소설을 읽고 커피의 쓴 맛에 둔감하다. 작품 캐릭터 중 가장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고할까~ 아무래도 그녀는 공무원이 되어 정장을 입고 다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를 택한 것 같다. 알지만 모르는 척 무덤덤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며.

 

결말에서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수에게 아이가 생기며 끝난다는 것? 새생명의 잉태와 희망을 꿈꾸는 것...... 사실 조금 식상하달까용

 

 

- 사람구실하며 살기 & 사람답게 살기

 

사람이 태어날 때 어떤 '구실'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데 우리 사회는 돈 못버는 사람들을 무능력한 사람, 사람 구실 못 하는 사람으로 치부한다. 사람이 무엇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가? 사람 구실하며 살기 위해? 사람 답게 살기 위해?

 

 

- 사육사

 

더이상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모습.

이러한 모습은 부인과 동물원에 갔을 때를 회상하는 부분에서도 볼 수 있다. '저 동물이 얼마짜린 줄 알아?' 인간보다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상품(동물)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사회 모습의 일면인 것 같다.

 

 

- 돼지엄마와 소생?

 

사실 둘 다 뭔지 잘 모르겠다 ㅠㅜㅠㅜ

이야기하면서 사회에서 동물원, 동물원에서 콩고로 이동을 하는 데에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냈고....

그리고 또 돼지엄마는 첫인상이 좋았으나 후에 보니 부정적인 사람!이 되었고

소생은 반대로 첫인상은 섬뜩했으나 후에 지나고보니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 정도.......

 

특히 돼지엄마는 작품 전체를 통해 계속해서 나오고, 등장인물들을 연결해주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을텐데......

gg

 

 

- 여성

 

작품에 나오는 여성들은 모두 부정적인 것 같다.

특히 나는 초반에 주인고의 아내가 참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정서적 교감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단 느낌. 자기만 생각하고 때로는 바보..같기도 하고.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모성애를 통해 (본드에서?) 구원받는다......? 여성=모성애라는 고리타분한 시각에서 나온 발상같다는 생각을 했다.

돼지엄마도, 어쨌든 사회로 돌아간 앤도 긍정적인 캐릭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남성작가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 굿바이 동물원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이었다. 사회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관찰이 빚어낸 것이겠지. 그리고 그것을 교묘~하게 풍자해 나가는 필력. 덕분에 독자들은 책을 통해 '인간 사회'의 부정적인 면들을 와닿게 공감하고 그것들을 깨달아간다. 덕분에 우리는 동물 탈을 쓰지 않아도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콩고'행 티켓을 권하는 소생 앞에 있다. 사회가 썩었다는 것을 알았고 행복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과연 우리는 이 사회와 동물원에게 '굿바이'하고 안녕을 고할 수 있는가?

 

자각, 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나열.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과연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 이것이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묻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당신은 과연 동물원인 척하는 이 인간원에 안녕을 고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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