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읽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프로네시스 | 2009-07-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킬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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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관한 담론을 여러 철학자/소설가의 글을 인용제시하고 풀어나가는 책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달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거나, 혹은 이렇게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의 자본주의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살기가 팍팍해졌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던 나로서는,

'나는 얼마나 도시의 사람인가'하고 느끼기도 했다.

자본주의 논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적용해 왔던 것 같더라.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발명된 '화폐'라는 수단이

어찌하여 본래 목적이었던 '인간'보다 앞서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버린 건지 잘 모르겠다.

 

 

여느 인문학이 그러하듯, 책에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쩌면 뭉뚱그려 표현되어서 책을 모두 읽은 뒤에는 허무함이 남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을 던지고, 독자에게 그 다음 생각을 맡기는 것 까지가 인문학이 수행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만족한다.

 

 

책은 참 친절하다.

각각의 철학자들의 구절이 있고, 강신주씨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저엉-말 친절하다. 부담스럽게 친절하다.

나중에 가서는 인용절은 읽지 않고 설명만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불친절한 인용절과 친절한 설명절의 첨예한 어투 대립으로 인해 ㅋㅋㅋㅋㅋㅋ

'~다' / '~습니다' 체가 막 헷갈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ㅋㅋㅋㅋㅋㅋ ....나만그래?

 

아무튼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냐는 것.

자본주의를 뒤엎자고 주장하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잊고있던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일종의 경각심을 깨우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상이라든지, 다른 작가들의 책을 찾아 읽고싶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을 반납해버려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다시 적을 수가 없어졌는데 ㅠㅜㅜ

기억나는 부분은 역시

내가 욕망하는 것이 정말 내가 욕망하는 것일까? 하는 문제 제기.

그리고 여성의 삶이 예전보다 나아졌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라는 이야기.

즉, 자본주의는 자유를 준 것 같지만 사실은 '소비할 자유'만을 준 것이라는 이야기.

 

 

그런데 난 지금 내가 욕망하는 것이, 정말 내가 욕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타인의 눈을 봐서, 패션을 따라가기 위하여, 과시하기 위해서 ... 사치를 한다 해도 뭐 어떤가?

어찌됐든 타인의 눈을 신경 쓰고 싶은 것도 나이고 ... 유행에 뒤쳐지고 싶지 않은 것도 나이고 ... 나 자신을 뽐내고 싶은 것도 나인 것을.

인간은 원래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고, 정작 그것을 얻었을 땐 허탈해 하는 것 같다.

그게 내가 진정 욕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탈해 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 정~~~말 먹고 싶던 과자를 먹고 나서도 역시 허탈하기 때문에. 

 

 

- 그밖에 생각

어떤 사회가 좋을까? 계층간에 움직임이 가능하고, 또 방법이 정의로울 수 있는 사회. 공정한 사다리가 놓여있는 사회.

어떤 지도자가 좋을까? 전체의 이익을 위하는 지도자여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할 것이고,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며 실수를 한다. 분명 어떤 훌륭한 지도자라도 간과하고 지나갈 계층이 존재할 것이다.

 

 

 


햄릿에 나오는 대사란다,



OPHELIA

There's rosemary, that's for remembrance; pray,
love, remember: and there is pansies. that's for thoughts.


LAERTES

A document in madness, thoughts and remembrance fitted.



오필리어

여기 로즈메리예요, 나를 기억해달라는 뜻이죠. 오 사랑하는 이여,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이건 팬지. 생각해달라는 뜻이에요.


레어티스

실성해서 하는 말이라지만, 생각과 기억이라니 꼭 들어맞는구나.




셰익스피어로 논문 쓸 줄 알았는데..

수업 들을 때는 좋은데, 수업 자체를 찾아 듣지 않아..

사실 셰익스피어 빡세서 듣고 싶지 않아 ㅠㅠㅜ

그래서 잘 모르게 되어버린.... 그리고 그런 채로 졸업할 것 같다.


영문학과가 셰익스피어를 몰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영문과는 베오울프도 모르면 안되고, 쵸서도 모르면 안되고...

시드니경.. 스펜서

존 밀튼, 존 던,

허버트?

토마스 무어?

블레이크, 셸리, 워즈워드,

오스틴, 브론테자매

TS엘리엇, 예이츠

에드가 앨런 포,

에밀리디킨슨, 실비아플라스,


천재가 너무 많고, 좋은 작품도 너무 많아서... (하지만 그렇다 하기엔... 최근에 5대 희극도 못외우는 나를 발견)

내가 담기엔 너무 깊고 넓어서.....ㅜㅜ

그래서 점점 잊어가고 있다.

엊그제 배운 것도 잊는 마당에, 남는게 있겠냐마는,

그래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데.



셰익스피어 배울 땐 셰익스피어가 너무 좋고, 소넷 하나하나가 너무 명작이고,

시드니경 같은 사람 얘기 들으면 너무 천재 같아서 멋지고,

존 던의 시도 멋지고,,

파라다이스 로스트 읽다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블레이크 배울 때도 참 좋아했고..

브론테 자매도 참 흥미롭고

현대시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 느낌들이 너무나도 좋았는데


근데 그뿐이고 이제 점점 잊어가는 것만 남은 것 같다.

영문학이 오필리아가 돼서 나를 잊지 마세요 할 판 ㅜㅜㅠ



내 그릇이 너무 작고, 저들이 바다라면

그 바다에 퐁당이라도 빠져볼 걸, 그러지도 못하고..


자소서 쓸 때도 결국 쓸만한 데가 없더라.

계속 담아두고 싶고, 어딘가 쓰고 싶은데.. 인문학은 죽어가는 것일까?ㅜㅜ

무덤가의 로즈마리가 되는 건가 ㅠㅜㅜㅠ

단순히 지식만을 배운 게 아니라, 진짜 '생각하는' 것을 배웠던 시간들인데 ㅠㅜㅠ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기를

Rosemary for Remembrance-


 

수업 중에 배운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Emily Dickinson

 


165

 


A Wounded Deer - leaps highest -

I've heard the Hunter tell -

'Tis but the Ecstasy of death -

And then the Brake is still!


The Smitten Rock that gushes!

The trampled Steel that springs!

A Cheek is always redder

Just where the Hectic stings!


Mirth is Mail of Anguish -

In which its Cautious Arm,

Lest anybody spy the blood

And "you're hurt" exclaim!

 


상처입은 사슴이 - 가장 높이 뛴다고 -

사냥꾼에게 들은 적이 있지 -

그건 죽음의 황홀경이겠지 -

그리고선 숲은 고요해진다고!


세게 처진 돌은 물을 뿜어내고!

짓밟힌 강철은 튀어오르고!

뺨은 늘 더 붉어지지

바로 결핵 열이 찔러댈 때에!


즐거움은 괴로움의 갑옷이어서 -

조심스레 무장하는,

누군가 피를 발견해서는

"너 다쳤구나"라고 소리치지 못하게!

 

 


 

Emily Dickinson, 1830-1886

평생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던 에밀리 디킨슨, 특히 말년에는 두문불출하였고...

한 번도 책을 출판하거나 발표한 적도 없다. 그럴 생각도 없었을 듯 ;ㅅ;

다만 그녀가 죽은 후, 방에서 발견된 1000여 편이 넘는 시들이 후에 재평가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그것도 여성 시인이 쓴!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굉장히 '현대적'이다.

들쭉날쭉 규칙없이 (어쩌면 나름의 규칙이 있을지도) 나타나는 대문자,

그리고 중간중간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쉬)'들..

 


밖에 나서지 않아 몰랐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깊은 생각을 하고 똑똑하고... 또 누구보다 진보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바깥으로 알리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지 추측하는 것조차 어렵지만 그만큼 궁금하고...

사실 좀 아깝기도 하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뽀인트는 Pain! '고통'이다.

 


상처받은 사슴, 세게 친 돌, 짓밟힌 강철 ... 모두 엄청난 고통을 받은 대상인데, 이상하게도 고통이 나은 것은 좌절, 절망이 아니라.... 좀더 높이 뛰고, 물을 뿜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오히려 '희열' '기쁨'에나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들;;

 


그게 어쩌면 갑옷을 입어 상처입지 않은 척 하려는 방어수단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나약한 면은 보이고 싶지 않은 법이라서....

 


여기서 시인은 이게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을 한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는 '사실',

아니 자신의 관찰 결과를 서술한 것 같다.

 

 

 

이런 자기 생각을 소소하게- 그러면서도 정곡을 콱 찌르면서

또 쉬운 언어로 (내용은 심오하고 어렵지만 ㅋㅋ) 써 준 에밀리 디킨슨이 좋다.......... 뜬금사랑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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