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험 공부 하는데....

Sylvia Plath 시가 너무 끔찍하고 섬뜩하게 다가왔다.


Death & Co. 중..


Claps sidewise: I am not his yet.

박수치라: 아직 난 그의 것이 아니야.
He tells me how badly I photograph.

그는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말하지
He tells me how sweet

그는 아기들이 얼마나 달콤한지
The babies look in their hospital

병원 냉동실에
Icebox, a simple

목언저리

Frill at the neck

심플하니 장식을 단,
Then the flutings of their Ionian

이오니아 음악을 피리 부는,

Death-gowns.

수의 안에

Then two little feet.

두 작은 발.
He does not smile or smoke. 

그는 웃지도 담배를 피지도 않다.



시의 내용은 두 '죽음'에 대한 얘기로... 마치 company에서 계약하러 나온 businessman 같은 느낌의 죽움 둘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첫번째로 나오는 악마같은 죽음이 하는 말.

죽은 아기의 시체가 얼마나 sweet한지 아느냐고 하는 말이다.


그냥 공부하라고 해도 정신병 옮는 느낌이었을 텐데.... 하루 종일 안좋은 사건에 감정적으로 시달린 후에 보게 되니... 정말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의식의 남은 한톨까지 기빨리는 느낌;; 소르르르름

솔직히 문득문득 정신병 옮는 기분이다..... 리얼리.

정서적으로 시달리게 만드는 것 같아 ㅜㅠㅜ 

냉동실 안에 두 작은 발을 상상해 보라, 서슬퍼런 그 느낌 ........ 


예쁘고 어린 애들이 운명을 달리 하는 걸 보면 신이란게 있나 싶고 야속하고 슬픈건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리고 그런 같은 생각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시인으로서 대단한 것 같지만..

하지만 절대 저렇게 쓰고 싶지 않아;;


저런 기괴함에서 역시 플라스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말 똑똑했고 예민했던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258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Winter Afternoons – 

That oppresses, like the Heft

Of Cathedral Tunes – 

Heavenly Hurt, it gives us –  We can find no scar, But internal difference, Where the Meanings, are –  None may teach it – Any –  'Tis the Seal Despair –  An imperial affliction Sent us of the Air –  When it comes, the Landscape listens –  Shadows – hold their breath –  When it goes, 'tis like the Distance On the look of Death – 


어떤 기울진 빛이 있다

겨울 오후에 -

짓누른다, 대성당

선율의 무게처럼 -


천상의 고통을, 우리에게 주지 -

그러나 상흔은 찾을 수 없는

하지만 의미 있는 곳에 

내부의 변화를 주는, -


누구도 이것을 가르칠 수 없다 - 무엇도 -

이것은 절망 봉인 -

허공에서 보내온

제국의 고통


이것이 올 때, 풍경은 듣고 -

그림자는 - 숨을 멎고 -

이것이 갈 때는, 마치 죽음의 얼굴에 비친

거리감과 같다





빛이 비춘다는데 그 빛에 뭐이리 무게감을 느끼는건지 ㅜㅜㅠ

성당의 종소리에서 뭐이리 무게감을 느끼는건지 ㅠㅜㅠㅜ

Heavenly Hurt가 또 왜그렇게 고통스러운건지 (천국에서 내리는 것인데,)

밖으로는 내색할 수 없지만, internal을 변화시키는 그 hurt와 light...


누구도 알려줄 수 없고, 또 seal로 봉인 된~ 절망으로 봉인된 고통은

또 하필이면 Air 허공에서 왔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에서 오는 저 light은 뭐간디 이렇게 화자를 고통스럽게 하는가 ;ㅅ;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it (light 혹은 despair? 아니면 모두?)이 오면 모든 만물이 긴장하고

it이 가고나면 죽음의 얼굴에 비친 거리감... 그러니까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은 그런 얼굴..

멍~한 그런 얼굴일까 그런게 된다니


잘 모르겠다

어쩐지 무섭고 무겁고 우울하고 뉴뉴


내인생이 다 우울해지는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인생은 원래 우울한건가......

한줄기 빛, 대성당의 선율, 풍경의 귀기울임과 그늘의 숨참기에서 고통을 느끼는 Emily DIckinon이다.







Emily Dickinson




341


After great pain, a formal feeling comes -

The Nerves sit ceremonious, like Tomb -

The stiff Heart questions was it He, that bore,

And Yesterday, or Centuries before?


The Feet, mechanical, go round -

Of Ground, or Air or Ought -

A Wooden way

Regardless grown,

A Quartz contentment, like a stone -


This is the Hour of Lead -

Remembered, if outlived,

As Freezing persons, recollect the Snow -

First - Chill - then Stupor - then the letting go -



엄청난 고통 후에, 차분한 감정들이 온다-

신경들은 무덤처럼 - 차분히 가라앉고

뻑뻑한 심장은 묻는다 그인가? 그 꿰뚫린?

어제인가? 혹은 수세기 전인가?


기계적인 발은 돌아다닌다 -

땅 위를, 혹은 허공을, 어떤 곳인지 -

나무 길인지 어딘지

자라난 돌과 같은

석영오로된 만족감엔 개의치 않고


지금은 납의 시간

살아남는다면, 기억되리,

얼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그 눈을 기억하듯 -

처음엔 - 냉기 - 그리고 혼미 - 그리곤 놓아줌 -






사실 이 시는 잘 모르겠다.

읽은 에밀리 디킨슨 시 중에 (얼마 되지도 않지만) 가장 모호하고 어려운 느낌이어서...


하지만 '고통'에 대해서는 가장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고통의 단계가 객관적으로 서술된 느낌..

엄청난 고통, 무감각, 마지막에는 letting go

이것도 역시 어떤 한계치를 넘으면 고통에서 해탈을 겪게 된다는 것 같다.


[죽음-----삶] 의 관계에서, 어쩌면 죽음에 가까울 고통이 가해질 때,

최악의 순간에서 급작스레 다른 어딘가로 튀어나가버리는 어떤 상태...

그 현상들은 정말 뭘까 이 전의 시에서 나온 Ecstasy라고밖에 할 수 없을까



그치만... 그렇다고 고통을 겪어보고 싶지는 않다. 절대;;;;;;

물론 어쩔 수 없이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고통이란 찾아오는 거긴 한데..

그럴 때 나의 태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게 한다.

마냥 피하고 고통스러워하기보다 어쨌든 거기서 얻게 될 긍정적(아니 어쩌면 그냥 無)인 무언가를 기다리자고...?ㅅ?





Emily Dickinson



67


Success is counted sweetest

By those who ne'er succeed.

To comprehend a nectar

Requires sorest need.


Not one of all the purple Host

Who took the Flag today

Can tell the definition

So clear of Victory


As he defeated - dying -

On whose forbidden ear

The distant strains of triumph

Burst agonized and clear!



성공은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 자에게

가장 달콤하다.

꿀 맛을 알기 위해선

따가움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 승리의 깃발을 쟁취한

어떤 왕가의 주인도

성공에 대해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다.


그가 패배하고 - 죽어갈 때 -

그의 금지된 귓가에

저 멀리 성공의 승가는

고통스럽고 명확히도 터져나온다.






어찌보면 조금 냉혹하고 무서운 시일지도 모르겠다.ㅜㅜ

형상화되는 이미지들도 전장의 이미지.

에밀리 디킨슨의 삶에 대해 알고 보면.. 왠지 이미지가 들어맞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이 여자는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여자였을까가 궁금한 것 ㅋㅋㅋㅋ



'성공은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 자에게 가장 달콤하다'

이것이 바로 화자가 말하고 싶은 바인데, 그걸 당차게도 맨 앞에 위치시켰다.

그리고 밑에는 그 내용에 대해 더 풀어쓰는 식인데...


그렇기 때문에 제목 없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을 구분하고 부를 때,

첫 행만 읊어도 아~ 그거?! 하고 알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그 첫 행으로 이미 훌륭한 제목... 확실한 identity를 보여주는 것 같달까?



슬프다. 뭔가.... 그런 말을 하지 않나?

꿈은 꿈일 때 가장 아름답다고.... 대충 그런 의미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릿 속에서 상상하고 꿈꿔온 그 승리, 그 도취감, 그 승리!

그러나 진짜 현실에서의 승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조금 냉정하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성공? 성공이 뭐냐... 하는 생각이 드는게 이러다 허무주의 빠질 것 같아. 인생무상~.~


또 다른 측면으로는 저멀리 승리의 깃발을 쟁취해서 흥에 겨운 승자들과

한편에 죽어가는 사람들- 그러나 승리는 패자들에게 더 달콤하다라니.

죽는건 싫지만,,,,;

고통, 실패를 알았을 때 비로소 승리, 성공을 안다는 

실패의 순기능을 설명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이게 참 기분이 좋았다 안좋았다 하게 만드는 시... 들었다 놨따 한다 아주.




어쨌든 이렇게 사소한 삶의 진리를 꼬집어내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에밀리 디킨슨 시의 묘미~~

그리고 자칫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남자는 적!' '여자인 나는 이렇다!!' 식의 서술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간의 진리를 그려내는 식이어서 더 좋다.

여성이라 특별한 것~이 아니라 여성도 인간이다~ 측면이 나는 더 이성적이고 좋..다... 개취...






 

수업 중에 배운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Emily Dickinson

 


165

 


A Wounded Deer - leaps highest -

I've heard the Hunter tell -

'Tis but the Ecstasy of death -

And then the Brake is still!


The Smitten Rock that gushes!

The trampled Steel that springs!

A Cheek is always redder

Just where the Hectic stings!


Mirth is Mail of Anguish -

In which its Cautious Arm,

Lest anybody spy the blood

And "you're hurt" exclaim!

 


상처입은 사슴이 - 가장 높이 뛴다고 -

사냥꾼에게 들은 적이 있지 -

그건 죽음의 황홀경이겠지 -

그리고선 숲은 고요해진다고!


세게 처진 돌은 물을 뿜어내고!

짓밟힌 강철은 튀어오르고!

뺨은 늘 더 붉어지지

바로 결핵 열이 찔러댈 때에!


즐거움은 괴로움의 갑옷이어서 -

조심스레 무장하는,

누군가 피를 발견해서는

"너 다쳤구나"라고 소리치지 못하게!

 

 


 

Emily Dickinson, 1830-1886

평생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던 에밀리 디킨슨, 특히 말년에는 두문불출하였고...

한 번도 책을 출판하거나 발표한 적도 없다. 그럴 생각도 없었을 듯 ;ㅅ;

다만 그녀가 죽은 후, 방에서 발견된 1000여 편이 넘는 시들이 후에 재평가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그것도 여성 시인이 쓴!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굉장히 '현대적'이다.

들쭉날쭉 규칙없이 (어쩌면 나름의 규칙이 있을지도) 나타나는 대문자,

그리고 중간중간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쉬)'들..

 


밖에 나서지 않아 몰랐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깊은 생각을 하고 똑똑하고... 또 누구보다 진보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바깥으로 알리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지 추측하는 것조차 어렵지만 그만큼 궁금하고...

사실 좀 아깝기도 하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뽀인트는 Pain! '고통'이다.

 


상처받은 사슴, 세게 친 돌, 짓밟힌 강철 ... 모두 엄청난 고통을 받은 대상인데, 이상하게도 고통이 나은 것은 좌절, 절망이 아니라.... 좀더 높이 뛰고, 물을 뿜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오히려 '희열' '기쁨'에나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들;;

 


그게 어쩌면 갑옷을 입어 상처입지 않은 척 하려는 방어수단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나약한 면은 보이고 싶지 않은 법이라서....

 


여기서 시인은 이게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을 한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는 '사실',

아니 자신의 관찰 결과를 서술한 것 같다.

 

 

 

이런 자기 생각을 소소하게- 그러면서도 정곡을 콱 찌르면서

또 쉬운 언어로 (내용은 심오하고 어렵지만 ㅋㅋ) 써 준 에밀리 디킨슨이 좋다.......... 뜬금사랑고백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있다.

그럴 땐 괜히 방 안에 처박혀서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남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한 세상살이에 나만 이렇게 찌질찌질한 삶을 살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이런 경험이야 모두 한번씩 겪어봤을 듯 하다.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시를 맨 처음 접한 건 물론 고등학생 때였지만

그때는 인생에 대한(?) 그렇게 큰 고민도 없이 살았는지 시가 그다지 와닿지도 않았었다.

오히려 말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으면 생각했지 공감하지 못했던 듯.

그런데 요 몇년 전 다시 접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왠지 더 마음시리고 깊은 공감이 된다. ㅠㅜㅠ 괜시리 찡하니 맘아픈 시 ㅠㅜㅠㅜ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시 .... 중 하나가 되었다.

 

남신의주(南新義州) 유동(柳洞) 박시봉방(朴時逢方)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학풍, 1948. 10>

 

읽고있노라면 화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잘 상상된다.

그야 물론 소소한 부분까지 잘 묘사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도 나와 닮아있어서인 것 같다.

외로워도 하고, 괜히 이것저것 건들여도 보고, 가끔 눈물이 핑 돌기도 하다가, 또 마침내는 그래 이 모든게 초자연적인 어떤 존재때문일꺼야. 나는 이 세상에 아주 티끌만한 존재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신께서 나에게 관심이 없는가보지..하며 신을 탓해보기도 하고.................... 뭐 이런 것들이 솔직하게 표현되어있어서 공감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겪어봤음직한 그런 허허한 느낌.

괜시리 힘들어 진짜 방이든, 마음 속의 방이든 쳐박혀있을 때 방바닥 긁으며 떠오르는 무수한 생각, 생각, 낙심, 후회들.

그런 무기력하게 지낸 경험을 들켜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라 부끄러우면서도, 또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싶은 안도와 위로감이 드는 시다ㅠㅜ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정적으로 가장 밑바닥에 치달았을 때 극적으로 다시 상승해나가는 화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다. 그런 화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나도 이렇게 굳은 생각을 하자하는 생각이 든달까?

그 반전의 모습에서 나도모르게 왈칵-하는 느낌이다.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외롭고 힘들고 무기력해지는 슬럼프.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나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생각하며 다시 굳게 살아갈 의지를 다졌으면 좋겠다. 여태까지는 그렇게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매번 읽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찡해진다 ㅠㅜㅠㅜㅠㅜ 아 좋다..ㅠㅜㅜㅠ

분명 내가 화자의 힘듦을 읽고 있는건데, 나의 힘듦을 누군가 읽어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ㅠㅜㅠㅜ

이런 힘든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아니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도 갈매나무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 선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아무튼 공감을 통한 토닥토닥도 되고,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힘도 주는.... 정말이지 힘이되는 시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중 하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 1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 2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시라고 소개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에는 내가 시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독해 능력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화자의 마음을 공감하기 위한 감정적 토대가 없었거나.

그니까 그때 나는 너무 꼬맹이었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시가 왜 좋은지는 나도 콕찝어 말하지 못하겠다.

그치만 단어 하나하나에 절절하게 새겨진 화자의 그리움, 기다림, 사랑의 마음이 솔직하게 다가와서랄까?

산문이라 얼핏 장황해 보이지만, 그 마음이 어떤 거짓도 꾸밈도 없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화자의 애절한 마음을 마치 아무 것도 아닌 양 반어적으로 표현된 부분들이다.

예를 들면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

짝사랑하는 그 애틋한 마음을 "사소"하다고 표현하다니!!!!!

읽는 사람 마음이 찢어질 수밖에 없다 ㅠㅜㅠㅜ 바브ㅜㅠㅜㅠㅜ 바브양 ㅠㅜㅠㅜㅠㅜ

그리고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이것 역시 반어적이지 않는가?

ㅜㅠㅜㅠㅠ 이 바브 ㅠㅜㅠㅜㅜㅠㅠ

 

아, 그리고 제목 자체도 "'즐거운'편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행복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반어적인 표현인 것 같다.

 

이런 반어적인 표현들이 오히려 아무렇지 않아하는 화자의 모습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게 한다 ㅠㅜㅠ

 

 

그리고 또 좋아하는 부분은

"기다림의 자세" 이거다.

ㅠㅜㅠㅜ 멀찌감치 떨어져 기다리고있는 화자의 다부진 마음가짐이 너무 애절하고 멋지잖아 ㅠㅜㅜ

 

 

황동규 시인이 이 시를 쓴 것은 짝사랑하던 누나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 어쩐지~~~~ㅠㅜㅜㅜ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이 시를 지었을 때 시인의 나이는 18-9살 무렵..

ㅠㅜㅠㅜㅠ 천재셨군요 ㅠㅜㅠㅜㅠ

 

그도 그럴 것이 황동규 시인의 아버지는 '소나기'의 황순원 작가, 딸인 황시내 역시 소설가.....

문학가 집안이더라. 멋지다 왠지..... 쀼잉.

 

 

 

그리고 또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황동규 시인 전공이 영문학이시고.. 무려 영문과 교수님이시네 ㅠㅜㅠㅜㅠㅜ??

으앙 ㅠㅜㅠㅜㅠㅜ 수업 들어보고 싶다.

논문도 꽤 많이 쓰셨고 번역도 몇 개 내셨던데 꼭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원래 번역을 잘한다는 것은 그 나라말, 그러니까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잘한다는 것이더라.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 시를 쓰는 사람이 번역한 문학이라니 ㅠㅜㅠㅜ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ㅠㅜㅜ

 

 

 

 

 

결론은 화자의 마음이 단어마다 절절히 묻어있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가 나는 너무 좋다.

읽을 때마다 좋다.

 

 

그밖에도 황동규 시인 시 중에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조그만 사랑 노래'...

 

........ 어쨌든 다 너무 유명한 것들 뿐 ;ㅅ;ㅋㅋ

내가 시를 읽는 깊이가 그렇게 깊지 않기 때문이다 ㅠㅠㅜ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서 그만큼 많은 사람들도 공감하는 좋은 시이기 때문에 이 시들이 유명한 것 아니겠어?

 

 

 

+ Recent posts